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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5.01 어머니... 10
몇달만에 집에 갔습니다. 그리 먼거리도 아닌데 몇달 간격으로 가는군요.

아침에 늑장을 부려 점심때를 놓치고 오후 2시반쯤 도착했습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무언가를 볶고 계시는 어머님의 뒷모습이 눈에 잡혔습니다. 언뜻보기에도 이젠 할머니가 되어버리신 듯 합니다. 힘없어 보이는 어깨와 약간 구부정하게 변해버린 등...

'저 왔어요'라고 인사드렸더니 대뜸 '밥 못먹었지?'라며 좀더 바쁜 손길로 상을 차리시더군요. 게으른 아들이 끼니를 대충때울까봐 아직도 걱정하고 계시나봅니다. 객지 생활 10여년이 다되어가는 베테랑(?)이니 이젠 그만 걱정하셔도 될텐데...

언제부터인가 집에 갈때면 한방의료기구들을 바리바리 싼답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버리신 어머님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기때문이죠. 하루나 이틀뿐이지만 아들이 직접 안마하고 뜸뜨고 하는 것만 못하나 봅니다. 일년에 몇번 오지않는 자식의 얼굴을 보는 것이 치료인 셈이지요. 어쨌든 뜸뜨거나 침을 놓을때면 어머님과 나는 약간의 다툼을 한답니다.
'소염진통제는 그만 드세요. 그거 몸을 차게 만드는데다가 낫는 반응을 느리게 만들어요.. 주절주절..'
'아픈데 어떻게해.'
'아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아프시면 연락을 하시라니까요. 택배로라도 약(한약) 부칠께요'
그러면 알았다고는 대답하시지만 행여 자식한테 부담주실까 저어하여 참고 참다가 병을 키운 다음에야 전화를 하시고는 합니다. 못된넘이지요. 내가 먼저 전화드리고 꼼꼼하게 챙겨드리고 해야하는데... 아직 철이 덜 들었나봅니다.

저녁식사를 할때였습니다. '오늘 밤에 갈꺼니?', '네. 학교에 일이 있어서요. 왜 무슨일 있어요?', '아니, 안가도 되면 자고 가라고...' 서운하신 듯 말꼬리를 얼버무려버리십니다. '내일은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다음주에 올께요.'

출발하고 한참 후 신호대기 중에 문득 화석선생님께서 '네가 잘 못하기 때문이지'라고 말하시며 저를 혼내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러고는 집에 오는 내내 후회를 했더랬습니다. 하룻밤 자고 올껄....이라고...

이번 주말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집에 가야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님을 모시고 야외에 나가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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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어떤 사람이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모시고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모시고, 피부가 닳아져
뼈에 이르고 뼈가 닳아져 골수에 미치도록 수미
산을 백천번 돌더라도 오히려 부모님 의 은혜는
갚을수가없느니라 -부모은중경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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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스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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