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준비관계로 강교수님의 도감을 들춰보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심란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2009년 본초학회추계학술대회를 며칠 앞둔, 그러니까 10월 30일 점심시간입니다.

양산타워에 같은 층의 연구원 및 조교선생님들과 점심을 같이 하러 짧은 나들이를 했더랬죠.

그러나 그 점심나들이는 기분좋게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은사님께서 '강병수교수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려주셨기 때문이지요.

짧은 통화 후 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는 걸 본 다른 선생님들이 고개를 살짝 외면해 줍니다.

해외 본초답사에 갈때면 항상 노구를 이끌고 앞장서시는 강병수교수님...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게 되면 '이보라우, 내 책 읽어 봤어?'라고 말문을 트며 한약에 대해 열변을 토하시던 교수님...

다들 한번은 들를만한 관광지에는 눈길도 안주시고 일행들을 자생지나 재배지로 다그쳐 몰고 가시던 교수님...

육중한 디카도 모자라서 슬라이드필름을 끼운 필카까지 주렁주렁 매달고 채취한 한약재를 만족할만한 사진이 나올때까지 계속 손에 들고 있게 만드시던 교수님...

답사를 따라온 한의대대학원생이나 조교, 한의사들에게 언제나 강의를 멈추시지 않던 교수님...


원로교수님 중 라스핀이 가장 존경하던 분이었기에 그 슬픔도 남달랐나봅니다.


몇번을 따라나간 현지답사에서 안면이 익으셨던지, 현지공항에서 '자네 이리오라우, 자 내 앞에 서라우'라며 손을 잡아이끌어 당신의 앞줄에 세우시며 기특하다는 눈빛으로 챙겨주시던 모습도 눈에 선합니다.

호황련을 찾아 고산지대로 이동했을때, 현삼 비스무리한 식물을 보시고는 삽질을 강권하시던 모습은 왠지모르게 천진난만한 느낌을 남겨주셨고요...(그때 저산소환경에서 힘들게 삽질했던 라스핀의 후배는 교수님이 원망스러웠는지 답사내내 종종 피해다녔답니다 ㅋㅋ)

기존 도감과는 달리 손수 답사하고 검증하여 모은 자료로 한약도감이라는 책을 내시면서 무리를 하셨는가 봅니다.

후문에 돌아가시기 얼마전까지 개정판작업을 하셨다고 합니다.


당신께서 필요하시다며 반강제로 라스핀의 은사님(주영승교수님)을 공동저자로 등록하신 덕분에 책을 받아보았습니다.

차근차근 읽어보다가 라스핀이 조그맣게 등장하는 사진을 찾아냈더랬죠.
 
동충하초 재배지 사진이었는데 경사가 심해서 강병수교수님께서 힘들어하시길래 거기에서 만큼은 가방을 들어드린 기억이 떠오릅니다. 보통때면 카메라나 가방을 절대 다른 사람에게 안맡기시는데 그날만큼은 순순히 허락하셨더랬습니다.

그러고보니, 먼저 내려가신 교수님께서 정상쪽을 보며 빨리내려오라고 재촉(다른 약재를 보러 가야하기때문에^^;;)하시며 사진을 찍으셨는데 그것을 도감에 올리셨나봅니다.

어쨌든, 이 '한약도감'이라는 책은 감별학을 전공하는 한의사들에겐 아주 의미가 남다른 자료랍니다. 다른 전공자의 자료에 의지하지 않고 순수하게 한의사의 손으로 발행된 자료이기때문이지요. 개정판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렇기에 강병수교수님의 타계가 한의계의 큰 손실이자 불운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이제 강병수교수님의 사십구제가 끝날 무렵입니다. 부디 성불하시어 평안한 잠 드시길.....
    

원색 한약도감
강병수,이장천,주영승,오수석,박용기 공저
Posted by 라스핀
,